BlogHide Resteemshansangyou (76)in steemzzang • 18 hours ago봄비---함 민 복--- 양철지붕이 소리 내어 읽는다 씨앗은 약속 씨앗 같은 약속 참 많았구나 그리운 사람 내리는 봄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개가 가죽 비틀어 빗방울을 턴다 마른 풀잎 이제 마음 놓고 썩게 풀씨들은 단단해졌다 봄비야 택시! 하고 너를 먼저 부른 씨앗 누구냐 꽃 피는 것 보면 알지 그리운 얼굴 먼저 떠오르지hansangyou (76)in steemzzang • 2 days ago물을 뜨는 손---정 끝 별--- 물만 보면 담가 보다 어루만져 보다 기어이 두 손을 모아 뜨고 싶어지는 손 무엇엔가 홀려 있곤 하던 친구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북한산 계곡물을 보며 사랑도 이런 거야, 한다 물이 손바닥에 잠시 모였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물이 고였던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머물렀다 빠져나가는 순간 불붙는 것들의…hansangyou (76)in steemzzang • 3 days ago인내---김 현 승--- 원수는 그 굳은 돌에 내 칼을 갈게 하지만, 인내는 이 어둠의 이슬 앞에 내 칼을 부질없이 녹슬게 하지 않는다. 나는 내 칼날을 칼집에 꽂아 둔다. 이 어둠의 연약한 이슬이 오는 햇빛에 눈부시어 마를 때까지...hansangyou (76)in steemzzang • 4 days ago마음을 미음처럼---박 준--- 마음을 미음처럼 끓여야지 멀리 지나던 누가 보면 서린 안개인지 피는 아지랑이인지도 모르게 한 솥을 해서 올려야지 지난겨울의 수선들을 그러모으듯 한 방향으로 회회 저어야지 딴청을 피우다가도 다시 되작거려야지 고운체도 미리 준비해야지 단단히 받쳐 두고 오한처럼 오르는 김에 고개를 파묻고 이제 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5 days ago푸른 5월---노 천 명--- 청잣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hansangyou (76)in steemzzang • 6 days ago천마산 진달래---한 상 유--- 불이야 불 분홍의 산불이야 4월, 푸석한 하늘가를 달궈 이팔청춘 생가슴 다 살라버릴 봄바람이 들레어 처녀애들 속곳 빛깔 보일라 수줍을수록 풋풋한 꽃내음 이는 불이야 불 아주 진홍의 꽃불이야hansangyou (76)in steemzzang • 7 days ago진달래---한 상 유--- 섧게 위하여 되뇌는 이름 쑥 둔덕 넘어 버드나무 물오르고 며칠 어린 누이 홍역 앓던 4월은 열꽃이 피고 하세월 할메 가슴 졸여도 봄날이라 드리없어 배곯아 내닫다 엎어지면 쏟은 눈물자리 내가 저 되고 제가 내게로 와 진홍으로 물들어hansangyou (76)in steemzzang • 8 days ago새해에는 동백꽃처럼---이 해 인--- 새해에는 동백꽃처럼 더 밝게 더 싱싱하게 더 새롭게 환한 웃음을 꽃피우겠습니다 모진 추위에도 시들지 않는 희망의 잎사귀를 늘려 당신께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이름 없는 새들도 가슴에 앉히는 동백꽃처럼 낯선 이웃을 거절하지 않고 사랑을 베풀겠습니다 땅을 보며 사색의 깊이를 배우고…hansangyou (76)in steemzzang • 9 days ago별---정 지 용---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 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실로 잇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엇보노나 불현듯, 솟아나 듯 불리울 듯, 맞아드릴 듯 문득, 영혼안의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일는 회한에 피여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을 녀미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9 days ago밀물---정 끝 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hansangyou (76)in steemzzang • 11 days ago어느 봄날---나 희 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12 days ago너 어디 갔니---홍 영 철--- 그때 그 꽃 어디 갔니 그 향기 어디 갔니 그 노래 어디 갔니 그 손길 어디 갔니 그 기쁨 어디 갔니 그 슬픔 어디 갔니 그 말 어디 갔니 그때 그 시간 너 어디 갔니 그 희망 너 어디 갔니 어디 갔니, 너hansangyou (76)in steemzzang • 13 days ago옛사랑---한 상 유--- 길이 숨는 그때에 점점이 박힌 산꽃 기적 소리에 깨어, 문득 길섶과 4월의 연록 사이 스쳐간 것들로 얼굴 붉힐 줄이야 새삼hansangyou (76)in steemzzang • 14 days ago푸른 하늘을---김 수 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hansangyou (76)in steemzzang • 15 days ago봄 구경---지안 선사--- 지팡이 끌고 이슥한 길을 따라 홀로 배회하며 봄을 즐긴다 돌아올 때 꽃향기 옷깃에 스며 나비가 너울너울 사람을 따라온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16 days ago봄---오 세 영--- 봄은 성숙해 가는 소녀의 눈빛 속으로 온다 흩날리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봄은 피곤에 지친 춘향이 낮잠을 든 사이에 온다 눈 뜬 저 우수의 이마와 그 아래 부서지는 푸른 해안선 봄은 봄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의 가장 낮은 목소리로 온다 그 황홀한 붕괴, 설레는 침몰 황혼의 깊은 뜨락에 지는 낙화hansangyou (76)in steemzzang • 17 days ago봄비---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18 days ago종달새---윤 동 주--- 종달새는 이른 봄날 질디진 거리의 뒷골목이 싫더라. 명랑한 봄하늘, 가벼운 두 나래를 펴서 요염한 봄노래가 좋더라, 그러나, 오늘도 구멍 뚫린 구두를 끌고, 훌렁훌렁 뒷거리 길로 고기새끼 같은 나는 헤매나니, 나래와 노래가 없음인가 가슴이 답답하구나hansangyou (76)in steemzzang • 19 days ago산 너머 남촌에는---김 동 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그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hansangyou (76)in steemzzang • 20 days ago종달새---정 지 용--- 삼동내- 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 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 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