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이 문제일까?

조기대선에 앞서 여전히 의대정원을 가지고 상당히 이견이 많다.
사실 의대정원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의대 정원에 앞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고 그 조정 여부에 따라 의대 정원이 결정되야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의대에 입학하여 모두가 일률적인 교육을 받고 90% 정도의 대부분의 의대생이 의사가 되는 이 현재의 관행을 유지할 것인가도 따져봐야할 것이다.

의대정원을 동결 또는 축소해야한다는 주장하는 쪽에서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 증가 속도와 현재 의사 1명당 진료건수/환자수의 압도적인 양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의료는 다른 OECD국가와 비교할 수 있는 정상적인 환경이 아니다.

실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미용이나 비급여치료를 위주로 수행하는 의사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그런 직군은 사실 단순 한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으로써의 의료만 생각한다면 전부 없어져도 상관 없는 직군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사 직군이 필요에 의해서건 어쩔수 없는 상황에 의해서건 생겨났고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그 수를 감안하면 의사 수는 더욱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는 저성장 또는 축소할 가능성이 다소 있는 상황으로 범국가적 비용 측면에서는 이러한 비필수의료 의사 수 자체를 감소시켜야 한다. 또한 초고령화시대를 대비해서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의사 수를 어떻게든 증가시켜야 지금의 의료의 질을 그나마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만일 현재 의사 수에서 미용이나 비급여진료를 하는 의사 수를 줄이고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게 돌릴 수 있는 묘책이 있다고 하면 사실 의대정원은 동결 또는 축소시켜도 충분한 의사 수가 공급이 될 것이다.

그나마 해외에서 환자를 유치해서 미용시술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의사들은 그나마 낫다. 그런데 환자들을 현혹시켜 불필요한 비급여진료를 받게 하고, 심지어는 안해도 되는 치료로 오히려 부작용을 얻게 하는 그런 의사들은 이 나라의 기생충 같은 존재이다. 내가 진료하는 암환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검증되지 않은 면역증강치료, 산소치료, 온열치료 등을 권하는 사기꾼 같은 의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속에서 천불이 끓는다. 항암 및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 외부에서 고용량 비타민주사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치료 효과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비타민이 항산화물질이라는 개념에서 암에 좋겠지 하는 아주 초등 수준의 논리로 암환자들을 현혹시켜 비급여로 이것저것 섞어서 주사를 놓고 있는 것인데, 방사선치료는 오히려 독성 산화 물질을 생성시켜 암을 죽이는 원리이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 상황은 진퇴양난이다. 현 상태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면 위의 기생충 같은 의사들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 대학병원 교수 TO나 필수 의료 인원 수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고,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의사들이 밖에서 과잉 경쟁을 할테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기라도 쳐서 비급여 시장을 어떻게든 늘릴 것이다.
또한 이미 미용이나 비급여 시장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의대 정원을 동결하거나 축소시키면 필수의료로 가야할 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즉, 핵심은 전체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것이 밖에서 미용시술하거나 비급여진료로 돈 버는 것보다 훨씬 더 구미에 당기게 구조를 개편하는 데에 있다. 그런 구조가 된다고 하면 나머지는 그냥 시장에 맞겨도 된다. 시장 논리에 따라 미용시장이나 비급여시장의 규모나 비용은 알아서 조절이 될 것이다.

그러한 구조를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으니 다음 편에서 또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