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은 미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 모두 기대에 못미친다.
경제정책은 이미 실패의 초입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주식가격으로 경제전체를 모두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주식가격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시민들의 연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식가격이 하락하면 미국의 소비가 줄어든다. 소비의 감소는 미국 경제의 활력을 감소시킨다. 주식가격이 하락하면 국채금리라도 내려가야 하는데 오히려 올라간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역작용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통해 추구했던 정책적 목표들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여러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의 목표를 크게 두가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하는 것, 두번째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정책을 물릴수도 없고 계속할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보정책도 기대이하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전쟁의 주도권은 완전하게 러시아의 손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물러날수도 없고 개입을 확대할 수도 없다. 그저 어정쩡한 상태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미국이 유럽에서 영향력을 상실하는 것은 미국 패권유지에 심각한 위협이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멀어졌으면 멀어졌지 가까워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아시아에서도 미국의 안보정책은 실패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이란과는 전쟁 운운하는 상황까지 갔다. 미국은 서아시아에서 입장을 정리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있다. 성과가 있다면 바이든 정권 당시에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것 같았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걸프국가들이 이란과 미국사이에서 비교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것 정도다.
동아시아에서도 미국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우선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인지조차 제대로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입으로는 중국을 전략적 적대국가라고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 미국은 전략적 적대국가인 중국과 공생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타격을 받게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2000대 중반에도 러시아를 전략적 적대국가로 선정을 했다. 그러다가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 중국을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대외정책을 추진하려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것을 목표의 원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정권이 바뀌면 전략적으로 달성해야할 목표도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교안보정책에서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우리가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행동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갈팡질팡하는 반면, 중국은 매우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확고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그 핵심적 이유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정책은 대통령과 그 주변인사들의 성향에 따라 변한다. 일견 즉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양상은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의 한계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중의 인기와 지명도에 따라 권력이 좌우되다 보니 정책적 합리성보다는 대중의 심리를 자극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당연히 오랫동안 충분하게 숙의되지 못한 정책이 나올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구조다.
반면 중국은 정책수립과정에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자가 참여하는 과정이 다른 것 같다. 미국은 트럼프가 자신이 정책을 제안하고 자신이 시행하는 구조라면, 중국의 시진핑은 자신에게 올라온 정책중 합리적인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권력과 정책구조를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미국은 1인중심의 권력구조라면, 시진핑의 중국은 오히려 집단적 의사결정체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민주주의적 선거제도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지만,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대중과 시민들은 배제된다. 그러나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이지만 정책결정과정에 미국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개입하고 이들의 입장이 반영되는 방식이다.
필자는 지금 미국이 중국에 뒤쳐지는 상황까지 오게된 근본적인 이유를 이들 국가의 권력체계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중국은 한국의 박정희 체제에서 개혁개방의 방식을 차용했다고 하는데, 이를 보면 한국은 진보한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퇴행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중국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자유로운 기업가 정신이 중요했다. 혁신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에 의해 시도되었고 발전했다. 그러나 중국이 새로운 국가운영방식을 들고 나오면서 이제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은 자유로운 기업의 활동과 함께 국가차원의 정책이 중요해진 시대로 전환하는 것 아닌가 한다.
필자는 이미 역사발전의 변증법적 경로라는 과점에서 미국보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권력형태가 더 진보적인 경향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주의가 등장했으나 현실사회주의는 실패했고 그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변증법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역사가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을 따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유일하게 앞서고 있는 부분이 금융부분인데, 여기에서 미국의 압도적인 영향력 우위가 그리 오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금융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은 실물경제 규모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의 우위는 사실상 공산당에 의해 가능하다고 하겠다. 중국은 엘리뜨를 공산당원으로 가입시킨다. 이들 엘리뜨들이 지속적으로 중국의 정치과정에 충원되면서 합리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즉 현재 중국이 미국을 앞서게 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하나만 꼽는다면 공산당조직이라고 하겠다. 즉 엘리뜨 당원조직이 현재 중국의 힘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런 점에서 중국에 비추어 매우 열위에 있다. 한국의 정당조직의 기초는 매우 취약하다. 한국의 정당은 모리배가 주도하는 구조다. 가장 대표적인 조직이 더불어민주당의 개딸이다. 소위 책임당원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중국 공산당의 엘리뜨와는 거리가 먼 집단 양아치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합리적인 정책을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소위 책임당원을 없애고 각 분야의 엘리뜨들을 당원으로 가입시켜 실제적인 정책수립과정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당비 얼마내는 것으로 책임당원이라고 하면서 떼거리로 정상적인 당의 운영을 방해하는 짓거리를 해서는 안된다. 이른 전형적인 파시스트 정당의 행태이다. 필자가 현재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을 파시스트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필자같은 일개 개인이 이런 생각을 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책임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