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굽이만 돌면 금방이라는 말에
버들강아지처럼 들떠 길을 갔다
산굽이를 안고 도는 길은
냇물을 따라 재잘재잘 걸어도
그 자리 같았다
새로 산 신발이 발꿈치를 물고
길은 갈수록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밭일을 하던 선한 얼굴이 원망스러웠다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쯤
하얗게 손짓을 하는 이팝나무가 보이고
파란 대문이 눈으로 달려왔다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조금 걸으니 길을 묻던 자리였다
오른 쪽으로 갈 길을
외로 돌아 한 바퀴를 걸어왔다
어쩌면 지나온 인생길이 그렇듯
초파일의 버선코/ 서정주
모든 길은 버선코에서 떠나갔다가
돌아돌아 버선코로 되돌아오네
판문점을 평양을 돌고 돌아도
버선코로 버선코로 되돌아오네
사월이라 초파일밤 절간에 가서
등불하나 키어 놓고 오는 그 길도
산두견새 울음따라 돌고 돌아서
버선코로 버선코로 되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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