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번쩍 드네 ㅎㅎㅎ

전철에 앉아있다 졸았다.
뭔 생각인지 꿈결인지 빠져 드는 느낌이 있었는데 옆으로 확 쓸어진다.
깜짝 놀라 보니 졸았다.
정신이 번쩍 든다.

많이 고단한가 보다.
그렇게 고단한 삶도 아닌 듯한데 늙었다는 징조 같기도 하고 봄이라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옥수수 모판을 만들고 나오느라 피곤했나 싶기도 하다.

72구짜리 20판을 만들었다.
늦은 감이 있어 직파보다 포토에서 모종을 만들어 심는 게 났겠다 싶어 어제 농협에 가서 포토판과 상토를 사다 놓았다.

이왕 사 왔으면 빨리 하자는 아내 말에 나 빨리 나가야 해 하며 오후나 내일로 미루고 샤워를 하려는데 아내 말이 들려오는 거 같다.
막상 직접 들을 때는 예사말로 듣고 미룬다 했는데 어디 갔다 다시 오는지 울림으로 다시 들려오는 말, 농사는 미루면 안 돼요 하는 말에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심고 나갈게 하니 좋다면 나와서 같이 해준다.
그런데 선수다.
그냥 쓱쓱 우렁 각시 요리 하듯 한다.
별로 빨리 움직이는 거 같지 않은데도 쓱싹쓱싹 그 속도가 엄청 빠르다.
나 한판 할 때 두세 펀을 해친다.

결국 끝나고 보니 나보다 아내가 한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허리가 아프다는 호소는 내가 연실 하고 있었으니 꾀쟁이는 힘만 들고 일머리를 틀어잡고서 하는 아내는 뭐 이 정도로 엄살이야 하는 표정으로 웃기만 한다.

여하튼 덕분에 20판을 금방 마칠 수 있었고 좀 늦었지만 나섰다.
올해는 옥수수 실컷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마음 다잡고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고 건달 농사를 지을 생각인데 그래도 심었으니 옥수수를 먹기는 하겠지...

벌써 상봉에 다 왔다.
내릴 준비를 해야 하니 이쯤에서 줄여야겠다.
감사합니다.
스티미언 여러분 모두 파이팅 하세요.

2025/04/30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