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방문했다. 방한해서 주요 기업가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의 방한을 주선한 이는 신세계의 정용진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가장 막강한 실세로 알려져 있다. 트럼트 주니어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위치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김영삼과 아들 김현철이 떠올랐다. 대통령 아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말로는 다를 것이다. 김현철은 구속되면서 정치적 생명을 상실했지만, 트럼프 주니어는 여전히 잘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주니어 문제를 보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자유주의가 점점 붕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도내의 의사결정과정보다 비선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간의 관세와 교역에 대한 접근은 크게 두가지로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공식적이고 제도적으로는 한국의 최상목 기재부 장관과 미국의 베센트 재무장관 간의 협의다.
협의 결과 한국은 좀 더 시간을 가지면서 협의를 했다고 발표했고,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한국이 조속하게 결정을 하기를 원한다고 발표했다. 최상목은 베센트의 발언을 부정하면서 미국 국내정치적인 목적의 발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최상목의 말이 맞다면, 베센트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미국은 거짓장이란 말을 가장 큰 모욕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패권국가의 재무장관이란 사람이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댄다. 최상목이 없는 일을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재무장관뿐만 아니라 트럼프와 백악관까지 거짓말을 한다. 중국과 관세문제로 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거나, 중국 경제부처의 대표가 미국 재무부를 찾아서 머리를 조아렸다는 식의 거짓말을 했다. 중국은 이런 내용이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협상에 대한 거짓말을 한 것도 미국 국내용일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제대로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목적의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미국 스스로에 대해 상당할 정도의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신뢰의 붕괴이다. 특히 공적 조직과 인물이 거짓말을 하면 공식적인 정부기관과의 대화가 무의미해진다.
한국의 기업인들이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을 하려고 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정상적이고 공식적인 한미간 대화채널을 통해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고 보호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최상목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조직이 기업인들의 미국에 대한 우려와 요구를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측에는 충분하게 입장이 반영되었으나 베센트로 대표되는 미국의 공적조직과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첫번째보다 두번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공적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니 한국의 기업인들은 트럼프 주니어와 같은 비선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한 것이라고 하겠다.
어떤 국가나 조직이든 비선조직이 공식적인 조직보다 더 영향력이 강하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 조직이나 국가는 망하는 길로 접어든다. 집권초기 최고의 지지를 받았던 김영삼이 몰락의길을 걸었던 것은 김현철 사태부터였다. 한국에서 김현철이 구속되었던 것은 그나마 한국의정치문화가 건강하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트럼프 주니어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다. 그와의 면담이 미국의 대한국 경제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방식의 접근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다. 자유주의에서는 절차와 제도가 중요하다. 절차와 제도가 역할을 상실하면 곧바로 파시즘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민주주의적 절차와 제도가 역할을 하면 자유주의가 되는 것이고 그것이 역할을 상실하면 파시즘으로 넘어간다. 지금 미국은 자유주의에서 파시즘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에서 파시즘은 특별하게 이상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 자유주의에서 파시즘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경향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미국 걱정을 할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중국과 러시아를 전제주의 국가니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전혀 다른 이념적 틀로 움직인다.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의 기반위에 있는 국가들이다.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용어와 범주가 적용되는 영역이 서로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개인의 일상생활에서의 자유는 미국보다 더 보장되지만 자본의 자유와 정치적 영역에서의 자유는 통제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유의 영역도 다르다는 말이다. 서로 다는 내용을 지니고 있는 것을 같은 용어로 비교하고 평가하면 제대로된 결과값을 도출하기 어렵다.